ETC.

전지적 독자 시점 영화 후기

kr4phy 2025. 7. 24. 09:15

시작하기에 앞서 스포일러가 좀(많이)있다는 점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전지적 독자 시점 소설을 아주 좋아해서 영화도 봤습니다. 사실 트레일러를 보고 별 기대를 안 했는데 그래서인지 그렇게 실망하지는 않았습니다. 감상평을 한 줄로 줄이자면 이렇습니다.

그냥 완전히 다른 세계선의 전지적 독자 시점이라고 생각하고 보세요.

 
 영화를 시작하고 몇 분도 안 돼서 내가 알던 내용과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독자가 멸살법 작가에게 항의를 하더라고요. '이 소설은 최악'이라고요. 원작과 같은 내용은 정말 이게 끝이냐며 스크롤하는 부분까지였습니다. 일단 회사 이름부터 다르고, 유상아가 김독자와 함께 회사에서 잘립니다. 유상아의 능력(다국어, 한국사 등등)들도 일체 언급되지 않아요. 유상아의 능력만 사라진 게 아닙니다. 김독자의 능력도 거의 삭제됐어요. 멸살법 텍본은 물론이고 제4의 벽과 등장인물 일람, 책갈피, 심지어 전지적 독자 시점까지 일체 나오지 않습니다. 이외에도 메뚜기는 개미가 되었고, 이현성은 갑자기 튀어나옵니다. 김독자가 이런 성격이었나 하는 부분도 많이 나오고, 원작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특히 이지혜가 많이 바뀌었는데, 이지혜가 총을 써요. 그것도 AWM으로 보이는 총을 씁니다. 한국이니까 K14일지도 모르겠지만 여기서 개연성이 좀 문제가 있습니다. 한국에서 총을 대체 어떻게 구했을까요?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유중혁까지 총을 씁니다. 심지어 유중혁이 너무 상냥해요. 정희원의 칼도 원래는 땅강아지의 뼈로 만드는데 갑자기 튀어나오고요. 언제부터 한국에서 무기 구하는 게 이렇게 쉬워졌죠? 이외에도 바뀐 점이 너무 많아서 앞에서도 말했듯 원작과는 다른 세계선의 이야기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또 개인적으로 제일 아쉬웠던 부분 중 하나가 정희원의 특성 진화 장면입니다. 웹툰에서는 그렇게 연출을 잘했었는데 여기서는 특성진화 자체를 안 합니다. 애초에 등장인물 일람이 없으니 '웅크린 자'특성을 알리도 없고, 그냥 바로 심판의 시간을 써버립니다. 이현성의 특성 진화도 그냥 갑자기 된 느낌입니다. 전반적으로 갑자기 튀어나오는 게 많아서 보다 보면 정말 이 영화 만든 사람들이 걱정될 정도입니다. 개연성 후폭풍에 휘말려서 스파크에 바짝 튀겨지는건 아닌지 심히 걱정돼요.
 그나마 기대했던 게 한수영인데, 보고 나니 왜 캐스팅이 누군지 공개를 안 했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영화 내용이 그린존 시나리오를 클리어하는 부분까지라 안 나옵니다. 애초에 캐스팅을 안 했을 테니 알려줄 수가 없었겠죠. '사도'와 '선지자'들도 안 나오고, 한수영도 당연히 안 나와요. 그런데 화룡은 나오더라고요?
 각색을 잘했으면 다행이었을 텐데, 전지적 독자 시점이 평범한 양산형 빙의물이 되어버린 느낌입니다. 원작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참 아쉽습니다. 원작을 안 본 사람은 평범한 양산형 소설 내용이라고 생각할 것 같고 원작을 본 사람은 어떻게 전독시를 이렇게 만들 수 있냐며 한탄할 것 같습니다. 정말 다음 편은 어떤 전개를 보여줄지 궁금해집니다. 생각해 보니 안나 크로프트와 김독자의 어머니도 안 나왔네요. 진짜 이렇게 각색을 해서 어쩔 건지 걱정스럽습니다. 이렇게 된 이상 나 혼자만 레벨업처럼 전지적 독자 시점의 애니화를 기다릴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